철도청은 공기업이다. 공기업이 사기업 형태와 다른 점은 자본을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가 소유하며 영리가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는데 있다. 공익사업의 가격을 왜 「요금」이라고 부르는가. 사기업의 이윤추구에 의한 「가격」과는 개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도청이 내놓는 정책은 공기업의 잣대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철도청은 지난 2월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에다 경로우대 50% 할인요금이 적용되는 서울발 06시45분(부산행) 12시20분(진주행) 14시20분(부산행) 통일호를 무궁화호로 바꾸고 특실전용열차를 운행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했다. 이어 3월13일부터 탄력운임제라는 명분으로 금요일 18시 이후와 토 일요일 및 공휴일 요금을 10%나 인상했다. 여기에다 6월중 철도요금을 10% 인상하고 적자노선인 정선선(정선∼구절리) 영업을 정지한다는 얘기다. 주말요금은 올들어서만 20% 인상되는 셈이니 사기업보다 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공공요금 인상관련 규정을 재정경제원장관 선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및 근로자의 봉급을 5%선에서 억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맞벌이부부 증가와 자녀교육 문제로 주말부부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철도요금을 20%나 인상한다면 서민의 가계에 주름살을 늘게 하고 공기업이 담당해야 할 경제안정 기능을 외면하는 셈 아닌가.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는 차원에서 정부가 공기업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공기업의 요금인상을 낳게 하는 요인이다. 공기업은 △경제안정과 독점억제 △소득의 재분배 △국민의 복지향상이라는 정치적 이념의 실천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안정성 쾌적성 때문에 이용하는 열차가 주말의 무리한 임시증편으로 정시출발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열차의 차내방송이 고장나고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경험도 흔하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외면한 채 요금만 올리려는 철도당국이 원망스럽다. 철도당국은 적자운행만 탓할 일이 아니다.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인 인력활용부터 정리해야 한다. 서울역에는 24시 이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가 없다. 우등고속버스가 심야운행하는 시간대인 24시부터 06시15분까지 열차운행을 한다면 불편도 해소되고 수입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철도당국의 노력과 각성을 기대해 본다. 김정호 (김천전문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