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구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李鍾權(이종권·25)씨 변사과정의 의문점이 하나하나씩 풀려가고 있다. 아직 구체적 물증이나 사망순간을 목격한 진술은 없지만 지난 11일 오후 『이씨가 전남대의 한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전남대생들의 진술이 확보되면서 수사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숨진 이씨가 『용봉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익명의 제보에 따라 이 동아리 회장 구모양(19·사대2) 등을 조사,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날인 지난달 26일까지의 행적을 확인했다. 구양 등의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9일 전남대 제2학생회관 4층 용봉문학회 동아리방에 찾아와 『공고출신으로 3년 재수끝에 올해 공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박철민』이라며 가입을 신청,동아리 회원이 됐다. 이씨는 다음날 구양 등 동아리회원 4명과 선배 2명 등 6명과 함께 정읍 내장산 동아리수련회에 참석해 이틀을 보냈다. 이어 지난달 13일부터 사흘간은 동아리방에서 회원들과 시화전을 준비했으며 16일부터 19일까지 제1학생회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시화전 행사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지만 어쩐지 어색한 이씨의 행동은 동아리회원들에게 의구심을 던져주기 시작했다. 이씨가 가방이나 책을 안들고 다니며 리포트도 준비하지 않아 동료회원들로부터 「경찰프락치」라는 의심을 받은 것. 회장 구양은 지난달 25일 이씨와 함께 동아리선배의 결혼식과 제2학생회관 구내식당 피로연에 참석한 뒤 정문앞 한 소주방과 법대앞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이씨의 정체 파악에 들어갔다. 구양은 이씨에게 『이번 학기에 몇학점을 신청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씨가 『50학점』이라고 상식밖의 대답을 하자 프락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구양은 곧바로 「이승혁」이라는 가명을 쓰는 동아리선배 이승철씨(24·경영4)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지난달 26일 오후8시반경 제1학생회관 2층 동아리연합회사무실에서 이씨를 선배 이승철씨에게 인계했다. 구양은 지난달 27일 오전8시반경 이승철씨를 다시 만났다. 이때 이씨는 구양에게 『나는 오전 1시반경 그사람(이종권씨)을 타일러서 보냈는데 2시간뒤 남총련간부가 술을 먹고 들어오다 대강당옆 잔디밭에서 신음중인 그 사람을 발견,동아리방으로 옮겨 응급조치했으나 죽었다. 좋은 일도 아니니 누구에게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씨 변사사건은 관련 학생들의 범행은폐 및 도주로 한동안 단순변사로 처리됐으나 동아일보가 지난 6일 특종보도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해 1주일만에 사건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광주〓김권·정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