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레프트를 아십니까」. 요즘 미국과 일본에서 중요한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는 이 용어는 지적재산권을 일컫는 「카피라이트」의 반대말. 「카피라이트」가 배타적인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의미하는 반면 「카피레프트」는 이를 다른 회사가 사용하도록 방치한다는 뜻이다. 즉 오른쪽(라이트)의 반대인 왼쪽을 뜻하면서 「방치하다」는 뜻의 카피레프트는 지적재산의 보호를 고집하지 않고 이를 공유해 널리 유통시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해온 미국 기업들이 최근 자신의 신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한뒤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를 국제공공재로 만드는 「카피레프트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적소유권 대국인 일본 기업들도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카피레프트전략이 필요하다』며 업계간 기술공유나 전략적 제휴를 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넷스케이프사가 검색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고 복제를 허용한뒤 검색에 필요한 브라우저(검색장비)시장을 제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 DEC사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윈도NT」가 자사의 기본소프트웨어 VMS프로그램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제휴의 길을 택했다. 윈도는 DEC사의 VMS 개발책임자가 회사를 옮긴후 개발한 것으로 저작권침해 소지가 있으나 DEC는 「윈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면 자사에도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일본의 소니가 화질이나 기술면에서 뛰어난 베타방식 비디오테이프를 개발하고도 마쓰시타의 VHS방식에 밀린 것도 「카피레프트」전략에 말려 굴복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소니는 베타방식의 신기술 보호에만 급급했던 반면 마쓰시타는 기술과 제품사양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JVC라는 회사와 공동생산해 물량공세를 펴 이제 베타방식의 비디오테이프는 특수분야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보산업 평론가인 에스터 다이슨은 『인터넷사회에서는 정보의 내용 그 자체는 점점 가치를 잃게 되고 오히려 그것을 편집가공해서 유명브랜드나 서비스 등과 조합하는 과정이 가치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