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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SBS 「70분 드라마-머피와 샐리의 법칙」

입력 | 1997-06-17 07:54:00


우리는 하루 10여편의 드라마가 쏟아지는 「드라마 공화국」에 살고 있다. 드라마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적 소모품으로 인식돼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 서민들의 삶을 적셔준 「여로」의 추억은 아스라하게만 느껴질까. 그 어떤 정치적 행위보다 강렬한 감동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모래시계」를 딛고 서는 작품은 나타나지 않는가. 15일 방영된 SBS 「70분 드라마」의 첫편 「머피와 샐리의 법칙」은 드라마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머피와…」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여고생의 임신을 다루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윤리적 잣대로 재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초점을 맞췄다. 극중 어머니는 당시 여고생신분으로 아기를 낳은 딸에게 사산을 했다며 유학을 보낸다. 16년 뒤 귀국한 딸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바로 어머니의 양녀 수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의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애증은 분출되고 수아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 가출한다. 여운이 남는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감상적 접근이 눈에 띄긴 하지만 드라마의 화면은 비교적 차분하게 흐른다. 대신 세 여자는 자신들의 논리를 차근차근 전달했다. 『네 장래를 위해 속일 수밖에 없었다. 수아는 네 딸이 아니라 내 딸』(어머니) 『우리는 사랑했다. 죽은 딸을 잊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딸) 『고아의 아픔을 아세요. 어머니는 할머니고 언니는 어머닌가요』(수아) 심각한 문제를 『당사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쉽게 마무리지었지만 전체적으로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그러나 이같은 드라마를 쉽게 만나기는 어렵다. 너무 많은 드라마가 짧은 시간에 급히 만들어져 불량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