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인연의 끈을 아십니까. EBS 「문학기행」에선 18일 우리 수필문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琴兒 皮千得(금아 피천득)의 「인연」편을 방영한다. 이 프로는 매주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을 찾아가며 작가와의 만남을 갖는 다큐멘터리. 올해로 미수(米壽·88세)를 맞는 그는 상해 호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산호와 진주」 「서정시집」 「금아문선」 등 주옥같은 수필들을 썼다. 특히 「인연」은 완성도나 작품 탄생의 숨은 사연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는 서울대 재직당시 제자였던 서울대 심명호교수와의 만남에서 『수필은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연」도 바로 아사코라는 여인과의 실제 만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고교시절 춘원 이광수로부터 문학수업을 받은 그는 어느해 일본에서 나이어린 소녀 아사코를 만난다. 그는 소녀, 아니 이 여인과 세번의 만남과 세번의 이별을 갖는다. 그리고 2차대전이 끝난 뒤 이루어진 마지막 조우의 결과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된 아사코의 슬픈 배웅이었다. 금아는 또 어머니와 자신의 딸, 아사코 등 여인들과의 만남이 문학적 원천이 됐다고 고백한다. 그는 『아직도 나는 어머니가 제일 그리워』라며 회상에 잠긴다. 카메라는 「인연」의 집필 장소였던 동대문구 회기동 부근과 작품의 배경이 된 춘천의 한림대를 찾아가 아스라한 현실 속의 인연과 문학적 영감, 그 사이를 거닐어본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