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못하단 얘기를 듣지 않겠다고 매일 마음을 다져먹지요. 하지만 형의 일 욕심은 정말 부러울 정도입니다』 『동생한텐 일부러 박정하게 대합니다. 혼자 힘으로 조직생활을 헤쳐 나아가라는 의미지요』 삼성물산에서 함께 일하는 金峰雲(김봉운·39·의류카운트다운팀) 峰天(봉천·36·상사 화학사업부)과장. 사내에서 평생 배필을 찾은 것도, 주위에서 「일벌레」로 불리는 것도 똑같다. 동생인 김과장의 삼성물산 입사는 순전히 형 때문이다. 70년대 후반 경리업무를 맡았던 형이 너무 바빠 월급봉투도 집에 가져다주지 못하자 회사로 찾아갔다가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봉천씨는 그 후 대학에서 무역실무를 배웠고 바라던 대로 지난 87년 삼성물산에 입사, 형보다 6층이 높은 25층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업무에 매달리다보니 정작 형하곤 얼굴도 마주치기 힘들었다. 그동안 회사 근처에서 함께 식사한 건 겨우 두차례. 그래도 회사 동료들이 형을 칭찬할 땐 신바람이 났다. 사내 결혼이 드물었던 80년대 말 입사 여자동기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을 때 미리 사촌여동생이라고 소문을 내 동생을 성원해준 사람도 평소 무심하게만 보였던 형이었다. 92년 의류사업팀이 서초동으로 분가한 뒤 두사람은 서로 다른 지붕밑에서 일하고 있다. 직급은 같지만 집안형편상 고교졸업후 곧바로 입사한 형이 열두해나 고참이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