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44년이 지난 지금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자 통일을 향한 대화의 물꼬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판문점의 공기 변화를 통해 남북 관계의 미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한 곳이다. 이같은 이중적 의미를 드러내는 현상도 적지 않다. 골프장과 수영장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은 지뢰밭.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골프장이라는 팻말도 눈에 띈다. 또 청바지를 입은 채 방문할 수 없다. 미제의 구호물자를 입었다는 북한의 비난을 피하려는 60년대 규정이지만 아직까지도 이 규정은 시퍼렇게 살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방명록에 드러나는 외국관광객과 한국인들의 시각차이. 외국인들은 「흥미진진한 방문 코스」라고 써갈기는 반면 외국교포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나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진지하게 적는다. 판문점은 휴전선 1백55마일 장벽중 유일하게 남북을 연결해주는 곳이다. 그러나 희망을 등뒤로 감춘 채 굳게 닫혀 있어 우리가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쌀도 중국의 육로를 거쳐 먼길을 돌아야 한다. 짧은 간격의 경계선만 넘으면 되는데도 그게 쉽지 않다. 특히 남북의 긴장이 고조된 요즘 판문점에는 무인 감시 카메라만 소리없이 돌 뿐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이데올로기 대결의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각국 기자단과 외국인 관광객의 무심한 눈길. 이들과 대조적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의 검은 눈빛이 가슴을 친다. 〈허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