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생인 정우(가명)는 활달하고 지능지수(IQ)도 1백15로 보통 이상이다. 셈은 뛰어나지만 읽기와 받아쓰기는 엉망이다. 「가정이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요람이며 보금자리임에 틀림없다」를 『가정이란 사람「하」게 있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여」람이며 보「곰」자리「이면」 틀림없다』로 받아쓴다. 정우의 증세는 난독증. 말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여러가지 병적 원인으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쓰지 못하는 증상. 난산증이라는 것도 있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논리적 추리력이 부족해서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는 증상. 유럽의 통계를 보면 난독증은 취학아동 중 10∼15%, 난산증은 5% 정도. 국내에는 난산 난독증 아동 실태조사가 없어 학습부진아 통계로 유추해 볼 도리밖에 없다. 교육부가 올 초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능은 정상이나 읽고 쓰고 셈하기 등 최소한의 학업성취 수준에 미달하는」 학습부진아는 서울의 경우 전체 초등학생 63만명 중 9천8백여명, 중학생은 51만명 중 7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능지수가 극히 낮아 공부를 못하는 학습지진아나 정신지체아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학습부진아도 치료를 잘 하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루앙대 심리학과장 다니엘 메리에 교수는 『출생 전후의 두뇌발달과정에서 지각 기억 통합 배출기능 부분에 결함을 갖게 되었거나 난청 약시 뇌성마비 등으로 학습에 지장을 받고 있는 학습장애아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어린이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가 28일 여는 「학습장애 아동을 위한 세미나」에 미리 제출한 「학습장애에 대한 연구」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어려서 신체적 결함을 치료해 주고 물리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을 통해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면 학습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료교육연구소 김양희 소장은 「난독증에 대한 연구」라는 글에서 『학습부진아도 난독증이 원인일 경우 조기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학 전후 철자를 익힐 때 현저하게 능력이 떨어지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양손잡이나 강제로 오른손잡이가 된 경우 난독증 증세를 보일 때가 있는데 정밀검사를 통해 우세한 쪽을 찾아 발달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왼손잡이가 강제로 오른손잡이가 된 경우 우세한 쪽의 뇌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난독증세를 보인다. 따라서 왼손으로 식사하기, 왼손으로 공던지기 등 왼손잡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 파리언어치료센터의 이사벨 고스 원장은 「난산증에 대한 연구」란 글에서 『난산증은 놀이를 통해 수학적 논리력과 추리력을 길러줌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블록쌓기 모형그리기 모형찾기 등이 난산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