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사랑의 영어교실」. 고려대 운동부 선수들은 매주 두차례의 영어회화 시간을 이렇게 부른다.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9시면 선수들은 으레 이과대학 강의실에 모인다. 농구 축구 럭비 야구 아이스하키팀 선수 중 경기에 출전하거나 전지훈련중인 선수들을 빼더라도 모이는 인원은 최소한 50명 이상. 강사는 고려대 영문학과 출신의 박경화씨(50). 그는 농구부장인 김인환교수(국문학)의 부인이다. 박씨도 지난 94년까지 모교에서 교양영어를 가르쳤었다. 교재는 박씨가 직접 만든 것. 외국에서 선수들이 많이 부닥치는 상황을 가정해 세관통과,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 쇼핑, 식당에서의 음식주문, 거리에서 길 묻기 등으로 세분했다. 박씨는 고려대에서 강의료를 지불하려 했으나 극구사양,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만으로 만족한다』는 것이 그의 말.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이들이 강의시간에 눈에 불을 켜는 것은 싫증을 낼 틈이 없기 때문. 5개 운동부 별로 영어회화 대결을 시키는데다 돌아가며 불려나가면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 주사위로 하는 회화게임이 시작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농구팀의 신기성은 『이젠 해외 전지훈련을 가도 외국인과 마주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때로는 영어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지러울 정도』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