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남자」李用斗(이용두·38)씨. 나드리화장품 기술연구소 색조연구팀장인 그는 여성의 전유물인 색조화장품 개발 분야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다. 립스틱 파운데이션 트윈케이크 아이섀도 마스카라 등 12가지 품목의 「색」을 내는 게 그의 일. 봄 가을을 주기로 소비자들의 성향파악과 유행색 연구를 마친 마케팅팀에서 「이런 색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넘어오면 일이 시작된다. 온갖 색소를 섞어보고 분자구조를 바꿔보고 2∼3개월간 씨름하다보면 만족할 만한 색들이 나온다. 색이 만들어지면 견본품을 만들어 실험해보는 것까지 그의 일이다. 립스틱은 적어도 4시간이상 자기 입술에 직접 발라놓고 봐야 색이 변하거나 번지지 않는지, 자극은 없는지 테스트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그의 연구실은 대부분 30대에 접어든 나이든 남자들이 시시때때로 화장을 하고 「네가 만든 립스틱 색깔이 잘 빠졌다」 「내가 만든 마스카라색은 너무 튀지 않느냐」는 품평회가 열린다. 각자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품목에 대한 재판장인 셈이어서 분위기가 자못 진지하다. 하루 3시간이상을 피부학공부에 투자하고 서울강남에 화장 잘하고 다니는 젊은 여자들이 많이 걸어다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자나깨나 「화장」만 생각하는 그는 화장품 업계에 트윈케이크 신화를 만든 「이노센스」개발주역이기도 하다. 피부에 잘 먹고 번지지 않으면서 화장을 빨리 끝낼 수 있는 트윈케이크 개발에 3년을 매달린 끝에 출산시킨 이노센스는 지난 93년 4월 시판이후 단일품목 하나로 지난해까지 모두 1천만개가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나드리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물론 업계에 트윈케이크 개발붐을 일으켜 업계 전체 5%대였던 트윈케이크시장을 20%대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남들보다 2년이나 빨리 차장 진급도 했고 두둑한 상금도 받았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맞는 우리농산물로 만든 신토불이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꿈. 〈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