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直線基線)에 의한 영해선 침범을 이유로 한국어선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 영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어선들도 기존의 韓日(한일)어업협정에 근거한 통산기선영해만을 인정하고 일본의 통산기선 밖에서 조업을 계속해왔다. 일본은 이같은 조업형태에 대해 줄곧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번처럼 한국어선을 나포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일본이 이런 「초강수」를 두고 나선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난항을 겪고 있는 한일어업협정 개정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협상을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고의적 조치」라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일본정부가 어업협정 조기개정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쏟는 이유는 한국어선들의 일본 인근해역에서의 불법어로로 일본어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일본수산업계와 정계의 계속된 압력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어업협정 조기타결을 위해 한국정부에 파상적인 공세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EEZ경계획정이 이뤄져야 어업협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EEZ 협상에 극도로 민감한 사안인 독도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EEZ협상이 단기간에 끝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우선 독도와 독도주변 수역을 한일 양국의 공동관리하에 두는 방식으로 「잠정적인 어업협정」을 맺자고 주장해왔다. 특히 일본측은 최근 들어 오는 20일까지 어업협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기존 어업협정을 폐기할 의사가 있음을 일본언론을 통해 흘리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은 이번 어선나포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 어업협정 개정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달 중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릴 예정인 제4차 한일어업협정 개정을 위한 실무회담까지 억류중인 어선과 선원이 석방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직선기선영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하에 이들의 석방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달 어업실무회담에서 독도를 공동관리하자는 일본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하더라도 EEZ 경계획정에 앞서 잠정적인 어업협정을 맺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