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어로중이던 한국어선을 4척이나 잇따라 나포한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 자국의 이해에 따라 일방적으로 해양에 선을 그어놓고 상대국에 이를 받아들이도록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우호관계를 다져야 할 선린국가로서 취할 처사가 아니다. 한국정부는 일본이 우리 어선을 나포하면서 내세운 직선기선(直線基線)을 당초부터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직선기선을 고집하는 것은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상대국과 협의토록 규정한 한일어업협정을 위반한 행위다. 지난 65년 맺은 한일 어업협정은 그동안 두 나라간의 어업분쟁을 방지, 해결한 비교적 효과적인 수단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시대와 여건이 바뀜으로써 양국은 이를 개정할 필요성을 인정, 지난달 서울에 이어 이번 달에는 도쿄(東京)에서 실무회담을 열기로 되어 있다. 이미 양국은 그동안의 회담에서 기국주의(旗國主義)를 연안주의로 바꾸기로 합의하는 등 일부 진전을 보여왔다. 그런데도 일본이 지난달 어업협정의 일방적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실력행사를 벌인 것은 한국에 압력을 가해 협정을 조기 타결하려는 속셈임이 분명하다. 어업협정에 앞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획정하자는 한국측의 제안을 압도하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우리로서는 독도 및 인근수역을 한일이 공동 관리하자는 일본의 숨은 의도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일본은 나포한 우리 선박과 선원을 즉각 원상 회복시키고 모든 문제를 협상테이블로 가져와야 한다. 여론을 등에 업으려 하거나 편법을 쓸 경우 국민감정에 불을 댕겨 일을 그르칠 우려가 높다.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어선 나포사실을 몇주 후에나 공개함으로써 국민에게 감춘 실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