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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컴퓨토피아]국내업체 게임개발 『본궤도』

입력 | 1997-07-03 08:25:00


97년 상반기는 국내 제작게임들이 외국산 게임을 압도한 뜻 깊은 시기다. 93년 출시돼 대성공을 거둔 순수 국산 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 자신감을 얻은 국내 제작사들은 그 후 다양한 형태의 게임 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올해 상반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비행기 격파 게임과 같은 「쳐부수기」게임만이 흥행될 수 있다는 통념을 뒤집고 마법과 검이 존재하는 상상의 세계로 팬들을 안내했다. 이같은 게임 업체의 노력의 결실로 올 상반기 가장 먼저 히트한 작품은 「창세기전2」. 이 게임은 제국의 힘을 이용해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자신이 만들어 낸 제국군들과 대항해 싸우는 아이로니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투 신을 선보였다. 인기만화가 김태형씨가 직접 캐릭터를 그린 「코룸」,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현재를 반성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디어사이드3」,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캠퍼스 러브 스토리」, 위기에 처한 동화나라를 요정과 힘을 합쳐 구하는 주인공의 얘기를 그린 「마이 프렌드 쿠」, 최인호씨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왕도의 비밀」 등이 올 상반기 게임 시장을 주도했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신토불이 국산이면서 외국의 유명 게임에 결코 뒤지지 않는 탄탄한 작품성을 자랑한다는 것. 이제는 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때가 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정 밖에 가진 게 없는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재정적 뒷받침 없이 게임을 제작하다보니 게임의 기획력이 외국에 비해 뒤지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게임 제작에 몰두해야 할 젊은이들이 후원금을 지원받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오늘 국산 게임계의 현실이다. 오랜 진통 끝에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 국산 게임이 풍성한 열매를 맺으려면 뜻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시기라 하겠다. 닌텐도와 세가 같은 세계적인 게임업체는 결코 돈 들이지 않고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탄생한 게 아니다. 장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