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디요 대통령
최장기 집권기록을 세우고 있는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이 드디어 권력을 내놓을 위기에 빠졌다. 77년 인도 국민회의당의 30년 연속 집권기록 마감, 93년 일본 자민당의 37년 집권기록 종언에 이어 무려 68년간 집권하던 PRI의 신화가 오는 6일 실시될 총선에서 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5백명의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가운데 32명, 6개 주지사 및 멕시코시장을 새로 뽑는다. 가장 중요한 하원선거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에서 만년야당인 민족행동당(PAN)과 민주혁명당(PRD)의 지지가 52%로 PRI의 40%대 지지를 추월했다. 국영기업과 노조, 군대와 관료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PRI당의 절대적 위상이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은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의 민주화조치에 따라 장기집권의 후유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 미국과 마약단속 공조를 위해 실시한 감사에서도 군과 경찰이 마약조직과 맺고 있는 검은 커넥션이 폭로됐으며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는 관료들의 독직과 부패상이 파헤쳐졌다. 독립기구로 자리잡은 연방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공영제 적용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이번에 처음 선출직으로 바뀐 수도 멕시코시의 시장 당선이 확실시되는 쿠아우테목 카르데나스 PRD 당수는 벌써부터 2000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PRI는 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42%대의 득표만 하면 지역구 3백석중에 1백50석 이상을 얻어 야당을 제치고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제1당에 전국득표율에 최고 8%를 보너스로 얹어주는 선거법에 따라 전국구 2백석의 절반 이상을 추가, PRI의 집권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