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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찾기]「비평」은 명작을 낳는다

입력 | 1997-07-03 20:14:00


「얼굴없는 비평」이 요즘 문단에서 적잖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화제의 진원지는 월간 「현대문학」. 제2창간을 선언하며 지난 6월호부터 새 편집을 선보인 「현대문학」은 「죽비소리」라는 서평란을 신설했다. 첫회에서 「죽비소리」는 이문열씨의 「선택」에 대해 『소설이라기보다는 매우 근엄한 논리적 외관을 갖춘 작가 특유의 내림굿 현장』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7월호에서도 베스트셀러 「람세스」에 대해 『프랑스인이 쓴 이집트 무협소설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죽비소리」의 진솔함과 신랄성은 아쉽게도 「익명성」위에서 가능했다. 서두에 필자명을 공동으로 적을 뿐 각 서평의 필자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문학」 이경호기획실장은 『안면관계로 유지되는 우리사회에서 혹평을 했다가는 인간적으로 감정만 상할 뿐』이라며 『비평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문단 일각에서는 『이불 뒤집어 쓰고 독립운동이냐』며 기왕에 「매운 소리」를 하려면 공격자의 얼굴도 드러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단인사들은 익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비평현실을 더 개탄하는 분위기다. 각 문예지들이 우리 문학의 현재 좌표를 보여주는 역할보다는 자사 출판물의 「홍보지」나 「대변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30대 평론가는 『출판사마다 「팔리는」 작가의 원고를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인기작가나 주가상승중인 작가를 공격하는데는 더 몸을 사리게 된다』고 고백한다. 역사상 어떤 뛰어난 작가도 칭찬만 듣고 쾌속질주하지 않았다. 플로베르는 「보바리부인」 출간 후 『작가도 아니다』라는 평을 들었고 톨스토이도 「안나 카레니나」를 펴낸 뒤 「감상적인 허섭쓰레기」라는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평에 난타당하면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을 남겼다. 좋은 작품과 작가는 결코 온실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당장의 상업적 이익때문에 해야할 아픈 소리도 일부러 비켜간다면 이는 결국 우리 문학의 저항력을 앗아가는 패착일 뿐이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