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도 조사자료에 따르면 3만5천여기의 주유소 지하저장탱크 한 개당 하루 기름 누출량은 약 1.69ℓ로 나타났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2천1백60여만ℓ(10만8천여드럼)가 새어나와 땅속으로 스며든다는 얘기가 된다. 이 기름은 당연히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주유소의 허가 시공 안전유지를 관리해온 법률은 지난 58년 제정 시행된 소방법이었다. 그러나 법의 한계 때문에 지하탱크 밖으로 새어나와 땅속으로 스며드는 기름까지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95년 1월 토양환경보전법이 시행됐고 환경부는 96년 1월부터 주유소에 대한 토양오염도 검사를 실시했다. 97년 2월 현재 중간집계한 결과에 의하면 약 24%가 기름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소방법도 개정해 96년 7월부터 지하저장탱크에 대한 누설검사를 실시한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주유소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고 말았다. 즉 하나의 지하저장시설에 대해 환경부는 누출검사를 하고 내무부는 누설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토양환경보전법의 누출검사는 소방법 등 다른 법에 의해 실시한 검사를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소방법은 다른 법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의 중복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소방법에 의한 누설검사만이 유일한 수단인듯 다른 법의 누출검사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누설(누출)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토양오염도 검사를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연간 10만드럼 넘게 땅속으로 스며드는 기름은 어찌하는가. 시간당 0.4ℓ 이하의 미량으로 새어나오는 기름은 고도의 정밀계측기로도 감지하기 힘든데 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아가 지하탱크 주변에 측정구멍을 만들고 약품처리한 누설측정추를 집어넣어 추의 변화에 따라 누설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기막힌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 대상 오염물질을 채취해 정밀한 이화학검사를 해도 제대로 오염을 규명하기 어려운 판국인데 폐수배출업소에 나가 리트머스시험지를 적셔 나타나는 색깔로 오염여부를 판정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오염물질의 땅속 유입을 차단하고 모든 생명체의 고른 생육을 위해 오염된 땅속을 정화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어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냥 방치만 할 것인가.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