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자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를 조정해야할 통신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통신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를 갖고 한국전력이 불법 회선임대사업을 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 및 경고를 내리는 등 5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다이얼 자동선택장치(ACR)분쟁에 대해서는 양사에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만 내려 분쟁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데이콤 시외전화를 걸 때 「082」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ACR의 보급을 둘러싸고 양사는 몇차례 고소와 맞고소를 제기,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통신위원회의 결정 이후에도 두 회사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지난 3일에는 康奉均(강봉균)정보통신부장관이 양사의 사장을 불러 『상호비방과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통신위원회는 시티폰 상호접속(로밍) 서비스를 둘러싼 한국통신과 지역사업자간의 이해대립에 대해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시티폰사업자들은 로밍문제로 두달 이상 지루한 논쟁을 벌이다 결국 정보통신부의 개입으로 한국통신이 양보하는 선에서 6월말에 협상이 타결됐다. 통신위원회가 이처럼 「종이호랑이」가 된 것은 통신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한 전기통신기본법이 올해초 발효됐으나 반년이 넘도록 사무국 설치가 늦어져 인력과 예산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무처는 정부조직 확대에 반대, 통신위원회 사무국의 인원배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통부는 통신위원회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자 임시로 통신개발연구원에 공무원 8명을 파견, 사무국 준비반을 구성했으나 실질적인 업무수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년에 3,4차례 열리는 통신위원회는 정통부에서 사전에 작성한 자료를 추후승인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부터 개인휴대통신(PCS)이 등장해 이동통신분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통신시장이 개방되는 내년부터 외국 통신사업자들이 몰려올 것이 예상되므로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버금가는 규제전문기관으로서 통신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고지적하고 있다. 〈김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