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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31)

입력 | 1997-07-05 07:26:00


제8화 신바드의 모험 〈84〉 『오, 성자님, 저를 받아주세요. 저를 범하여 주세요. 저를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오늘밤 저는 당신의 것이랍니다』 처녀는 필사적으로 내 가슴 속을 파고들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어깨를, 등을, 허리를, 엉덩이를, 허벅다리를 나는 어루만졌습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은 더없이 달콤하고, 그녀의 피부는 한없이 보드랍고 감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는 꽃향기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전혀 몸이 달아오를 줄을 몰랐습니다. 내 손에 만져지는 그녀의 그 고운 피부마저도 나에게는 애잔하게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밤은 헛되이 깊어만가고 내 가슴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슬픔만 가득하였습니다. 정말이지 그때 나는 진짜 성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그날밤 어떻게 그 사랑스런 공주를 정복하고 말았던가 하는 건 지금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그 매끄러운 넓적다리가 내 넓적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순간 나는 후끈 몸이 달라올랐던지 모릅니다. 아니, 그녀가 뜨거운 입김을 내 목덜미에다 내뿜으면서 그 작은 입과 혀로 내 귀를 빨아대고 있을 때 내 가슴이 갑자기 뜨거워졌던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해도 내가 달아오르지 않자 마침내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 연약한 어깨를 들먹이면서 울기 시작했을 때 나의 음경이 걷잡을 수 없이 불끈 솟아올랐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야 어쨌든 어느 순간 나는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욕정으로 몸이 달아올랐고, 그리하여 나는 와락 공주를 자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를 뚫어 일시에 처녀를 찢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아악!』 그 순간 처녀는 필사적으로 내 목에 매달리며 비명을 질렀고, 그때까지도 침대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고 있던 신랑은 「오!」하고 탄식을 발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나의 음경이 아무도 범한 적이 없는 그 사랑스런 공주님의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몸 속 깊은 곳에 들어가 박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공주의 몸 속으로 들어간 나는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그녀의 처녀를 여지없이 격파해대고 있었습니다. 공주는 온몸을 바둥거리며 그칠 줄 모르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언제부터인지 나는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신랑은 침상 발치에 앉아 우리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건만 그런 것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뜨거운 정사였습니다. 그 길고도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그녀의 가슴에 코를 박고 쓰러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나의 머리통을 두 팔로 껴안으며 공주 또한 흑흑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 울음을 터뜨렸던 것은 그 귀엽고 사랑스런 공주와 단지 하룻밤 밖에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 날이 밝으면 이제 다시는 그녀를 만나볼 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주가 왜 그때 그토록 흐느껴 울었던가 하는 건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