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터치다운」. 화성 표면에 도착한 미국의 무인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길잡이)가 보내온 미약한 첫 신호가 5일 오전 2시경(한국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미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기지에 도착했다. 「삐」소리 하나뿐인 신호였지만 패스파인더의 화성표면 무사도착과 정상작동을 알리는 낭보였다. 당초 예정보다 10분이상 빠른 도착이었다. 그러나 각종 임무의 정상수행여부와 탐사차 「소저너」의 가동을 알리는 다음 메시지는 4시간쯤 후에나 도착할 예정. 태양열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패스파인더로서는 화성에 해가 뜰 때까지 추가적인 임무를 수행할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4일 지구를 출발한지 만 7개월간 1억9천1백만㎞를 비행한 우주 대장정, 외계 생명체의 진실을 규명하는 새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지난 76년9월의 바이킹2호이후 21년만의 쾌거다. 패스파인더가 1백25㎞ 두께의 화성대기권에 돌입한 뒤 착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분30초. 이 찰나에 패스파인더는 첨단 우주과학기술의 극치를 동원했다. 패스파인더는 우선 대기권에 진입하기 90분전 냉각시스템을 가동했다. 대기진입에 따른 엄청난 고열을 견디기 위해서다. 외부의 열방어막을 점검하고 내부의 온도를 낮추며 「심호흡」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엔 착륙에 대비해 각종 기능에 대한 「종합검진」도 받았다. 정상가동 이상무. 이어 지구통제소의 지시에 따라 화성 대기권으로 다이빙. 패스파인더가 대기권에 진입한 속도는 시속 2만7천㎞. 낙하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로켓을 역분사하며 사력을 다했다. 화성상공 10㎞쯤에서는 직경 8m의 낙하산을 활짝 펴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나 낙하속도는 여전히 초속 65m(시속 2백34㎞). 엄청난 충격이 예상되는 속도다. 패스파인더가 마지막 선보인 기술은 자동차에 설치된 것과 같은 개념의 에어백. 외부를 감싸고 있던 열차폐막(히트 실드)이 역분사장치를 가동한데 이어 낙하산을 분리한 지상 1.5㎞ 상공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에어백을 부풀렸다. 8초간에 걸쳐 가스로 충전된 에어백은 마치 패스파인더를 포도송이처럼 감쌌다. 지상과의 거리는 이제 불과 3백m. 눈깜짝할 사이에 「터치다운」, 착륙 성공의 순간이었다. 패스파인더는 그러나 지면에 떨어진 엄청난 충격으로 지상 12m까지 튕겨 올랐다가 1백여m 가량 날아가는 충격완화과정을 수차례 되풀이 했다. 지구의 충격시험을 견뎌냈지만 예상할 수 없는 화성의 날카로운암석으로에어백이터질지도몰라미항공우주국(NASA)의 통제본부는 초긴장속에 숨을죽였다.어찌되었을까. 고요에 싸인 화성의 잠을 깨운 패스파인더는 지주를 내린 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에어백을 1시간에 걸쳐 회수했다. 이 단계는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 패스파인더는 7개월간 지구와 연결하고 있던 X밴드의 무선교신마저처음으로끊고고독한정착작업을벌였다. 착륙 4시간 뒤인 오전 6시경. 태양이 떠오르면서 패스파인더는 화성의 첫날(Sol―1)을 맞는다. 그로부터 얼마뒤 화성탐사의 주인공인 초미니 이동차량 소저너가 착륙선 반경 10여m의 영역을 누비며 화성의 토양을 검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출력 안테나를 고향인 지구를 향해 맞춘 다음 오전 10시경 힘차게 화상 신호를 전송하기 시작한다. 이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데걸리는시간은 10분35초. 이때부터 패스파인더의 탐사활동은 NASA (mpf www. jpl.nasa.gov)와 시카고대(www. u chicago.edu) CNN방송(cnn.com)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