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언대]양재호/민선 자치단체장의 필수덕목

입력 | 1997-07-07 08:20:00


30여년간 중단됐던 민선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년이 지났다. 기대와 우려속에 시행된 지방자치는 제도와 의식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대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중론이다. 지난 2년간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지방자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해 생각해볼 계기가 많았다. 자치단체장이 올바르고 능력을 갖춰야 지방자치가 빨리 자리잡고 꽃필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부족하지만 경험을 토대로 몇가지를 제언해보고자 한다. 첫째, 수시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단체장은 정치가 행정가 경영자의 능력을 고루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 명확한 역할인식과 업무수행이 필요하다. 둘째, 지자체장은 지역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주민과 직원에게 제시해야 한다. 양천구의 경우 「쾌적한 양천, 꽃피는 지방자치」를 목표로 구정운영 3개년계획을 세워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주민과 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셋째, 결재를 성실히 하고 토론과 대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서류를 보지도 않고 결재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결재사안마다 목표와 원칙이 관철되고 있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또 회의는 짧게 하되 주제별회의 등을 자주 열어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상벌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되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들의 근무여건과 후생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다섯째, 단체장은 주민과 벽을 허물고 이웃으로 지내며 마음이 따뜻해야 바람직하다. 어려운 이웃과 장애인 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진정으로 아끼는 감성지수(EQ) 높은 서민적 기질을 갖고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여섯째, 단체장은 지방의회 광역자치단체 중앙정부 등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지녀야 한다. 꼭 협조를 받아야 할 정책은 사전조사를 충실히 해 자료와 논리로 상대방을 성실히 설득해야 한다. 이권이나 금품수수가 포함된 이른바 「정치력」을 동원한 해결방식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체장은 환경 교통 복지 등 관련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지자체 발전계획을 구상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쫓기는 생활이지만 관련된 전문서적과 지방자치 및 지역행정에 관한 신문기사를 잘 챙겨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양재호(서울 양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