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파리 외방(外邦)전교회가 한국 초기 천주교회 사료들을 우리측에 되돌려준 것은 뜻깊은 일이다. 당시의 엄청난 박해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초기 한국 천주교회사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증의 대가로 전교회가 요구한 조건은 사료를 영구보존처리해 줄것과 영인본 2부를 보내달라는 게 전부다. 더욱이 이 사료들은 한국 교회가 전교회와 교황청에 보낸 편지와 보고서들이라 돌려줘야 할 「의무」는 없는 전교회의 재산이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 정부의 외규장각고문서 반환문제가 떠오른다. 3백40여권의 이 고문서는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해 궁궐과 서고를 불태우고 약탈해간 것들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지난 93년 9월 미테랑대통령 방한때 영구임대 형식의 반환에 합의했다. 프랑스는 1권을 상징적으로 건네주었다. 그러나 전달과정에서 프랑스도서관 직원들이 고문서를 내놓지 않으려고 울고 매달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후 프랑스국내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돼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프랑스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프랑스 정부만 탓할 문제일까. 한국 교회는 지난 75년 전교회 문서고에서 이 사료들을 발견한 이후 방대한 양을 일일이 베끼고 번역, 정리해 끊어진 초기교회사를 이었다. 한국교회는 이 사료들이 문서고에 보관돼 있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편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전교회측에 설득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고문서 반환에 기울인 열의나 노력은 얼마나 될까. 최근 뉴욕환경특별총회에 참석했던 김영삼대통령이 자크 시라크프랑스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협상 실무자들은 『한국교회의 열정이 완고한 전교회를 움직였다』는 문서고책임자 무세신부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