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근 열흘이나 남았다. 7인의 경선주자들이 지금처럼 서로 물고 뜯기를 계속한다면 그때까지 온전하게 살아남을 주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역설적으로 후보검증은 속속들이 잘 될지 모르나 그로인한 정치불신과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정당이란 선거에 지든 이기든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시는 안볼 것처럼 서로 덤비는 형세를 보면 도무지 앞으로 당을 함께할 사람들 같지가 않다. 당장 경선직후가 문제다. 특히 연말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금의 집권여당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할 수도 있다. 한차례 큰 선거가 끝날때마다 이합집산하는 포말(泡沫)정당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 개혁커녕 지역감정 자극 ▼ 한보사태와 김현철비리사건의 반성위에 신한국당이 「집권당 최초의 자유경선」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새정치를 다짐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갈수록 추잡한 진흙탕 싸움을 벌일 줄은 몰랐다. 돈선거 잡음으로부터 박수부대 청중동원 흑색선전 지역주의조장에 이르기까지 선거때면 찾아드는 구태(舊態)와 폐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이런 추한 경선모습이 한국정치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7인의 주자들은 말끝마다 21세기 미래지향의 새로운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정치의 오랜 고질병을 청산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대통령병에 걸린 나머지 다투어가며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하기야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릴 국가경영 철학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책도 없고 보니 결국 그런 치사한 책략에 의존하는 도리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어야 한다. 특히 돈뿌리기와 지역감정 건드리기는 민의(民意)를 왜곡시켜 선거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망국적 선거범죄의 원흉이다. 누구나 애향심(愛鄕心)은 있게 마련이다. 또 현실적으로 지역정서가 실재(實在)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패권주의가 우리 정치에서 극복해야할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면 어떻게 하든 국민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통합의 노력이 앞서야 한다. 물론 신한국당의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곳마다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목청들이야 높다. 그러면서도 연고따라 은근슬쩍 지역감정을 부추기고들 있으니 참으로 보기 흉하다. 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푸대접론을 들먹였던 주자들은 대구 경북지역에 가서는 朴正熙(박정희)대통령을 끌어안느라 제정신들이 아니었다. 저마다 박정희의 탈을 쓰고 나와 『키가 1㎜도 안틀린다』 『성씨가 닮았다』며 칭송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추모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3백60여만 유권자가 몰려있는 곳이니 이 지역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 사람들을 배알도 없는 것처럼 치부했다면 심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다음 광주 전남지역 연설회에서는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찬양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 걱정부터 앞서는 대선 ▼ 남들은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북의 평양정권은 밤낮없이 전쟁준비에 광분하고 있다는 마당에 언제까지 국민분열을 부추기는 집안싸움에만 골몰할 것인가. 선거의 순(順)기능중 하나가 국민통합인데 집권당 경선부터가 이 모양이면 연말 대선은 매우 어지러울 것이다. 적어도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설혹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에 죄짓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남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