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건설 물류난 해소하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세종대 주명건이사장의 발언대(6월11일자)를 읽고 항만 및 해안 기술사로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주이사장은 물류비를 낮추는 방법으로 경부축(서울∼부산)과 경안축(서울∼안산)을 따라 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운하를 통해 한강물을 시화호로 보내면 오염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컨테이너 3천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서울항을 조성해 거점항으로 삼고 서울∼부산 양항체제를 구축한다면 동아시아의 물류센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운하건설이나 오염문제 해소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 이와 관련해서는 깊이 논할 처지가 못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계절적으로 갈수기와 홍수기가 뚜렷한 것이 특성이다. 그렇다면 운하를 구축한 후에도 선박운항에 필요한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굴곡이 심한 하천을 정비하는 작업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세계 해운이 발전해나가는 추세는 선박의 대형화 고속화와 귀항지의 최소화로 요약된다. 다시 말하면 많은 화물을 짧은 시간에 중요한 항구(Hub Port)까지만 운반하고 그 이웃 나라까지는 작은 선박으로 다시 운반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유성온천을 가는데 새마을호로 대전까지 간 다음 버스를 이용해 유성온천으로 가는 것과 같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다는 환적하물을 보다 많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세계 해운의 주요 해상항로상에 인접해 있으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홍콩항과 싱가포르항이다. 중국과 관련한 환적하물을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고 해도 서울항보다는 오히려 주요 해상항로에 자리잡은 부산항과 광양항이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부산항과 광양항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이면에도 이같은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우리 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가 물류비를 낮추려면 임해공단을 조성하고 공단 앞에 항구를 만들어야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원자재를 수입한 다음 배후공단에서 제품을 만들고 바로 해외로 수출한다면 내륙교통에 따르는 혼잡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서해안의 생태계 파괴를 논하지 않더라도 서울항 건설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연안에 거점항만을 건설해 연안수송을 활성화하고 내륙에 있는 공단을 바다쪽으로 옮겨야 한다. 이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