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의 쾰른가에 위치한 요하네스 오르겔 바우어사. 도제(徒弟) 15명을 포함, 전직원 70명인 이 수공업회사는 세계 제일의 파이프오르간 제작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조그만 회사가 세계 제일이 된데는 「마이스터」라고 불리는 장인(匠人)들의 땀과 혼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가 제품마다 스며 있기 때문이다. ▼ 代 이어온 匠人들 ▼ 한스 게르트 클라이스 회장(65). 1백15년의 가업(家業)을 4대째 잇고 있는 그는 김나지움(독일의 인문고)을 마친 뒤 베를린대에서 통신학과 음향학을 전공하다 부친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파이프오르간 분야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파이프오르간의 전통적 고딕양식을 지금 보고 들을 수 있는 모양과 색상 음색을 갖춘 현대적 파이프오르간으로 혁신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파이프오르간 제작자이지 마이스터는 아니다. 제작자와 마이스터는 실력과 간판 중에서 무엇을 중시하느냐는 시각차에 불과하다』 그는 부친에 이어 74년부터 23년째 독일 파이프오르간마이스터협회 회장을 맡고 있지만 마이스터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국가 주관의 마이스터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나 국가가 실력을 인정해 마이스터 자격을 주었다. 『나는 인생이 시험이나 간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실력이다. 누가 나에게 졸업장을 제시하라면 미미하다. 그러나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만들어 세계 곳곳에 설치한 많은 파이프오르간을 보여줄 수 있다』 그가 만든 파이프오르간은 독일 전역의 대성당은 물론 교황청 아테네와 케임브리지 뮌헨 교토의 콘서트홀 필리핀대성당 오하이오주립대 등에 설치돼 있다. 지금은 보수중인 쾰른대성당에 설치할 파이프오르간을 만들고 있다. 이미 2002년까지 만들 파이프오르간을 주문받았고 주문후 설치까지는 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는 도제나 마이스터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휴가도 적고 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그가 제시한 도제의 요건은 세가지. 졸업장이 아닌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당장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실력 그리고 성실성. 한 도제는 『마이스터들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자존심이 상해 울기도 했지만 목수 주물 용접 설계 등 각 분야에서 30∼40년씩 일한 그들로부터 체험을 배우지 않고는 마이스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박사보다 존경받아 ▼ 클라이스 회장은 사무실 벽과 2개의 큰 방에 파이프오르간은 물론 건축 디자인 미학 음향 전기 종교 등에 관한 3만여건의 책을 두고 틈만 나면 읽는다. 그는 매년 교수 못지않게 서너편의 논문과책을출간하고있다. 『마이스터는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다. 기술 외에 관련분야 전문가를 만나도 실력과 인격적 소양이 뒤떨어지지 않는 정상인(頂上人)이다』 그는 한번 만들면 2백년 이상 가는 파이프오르간을 후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전 것보다 잘 만들려고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빵집 이발소 정육점 자동차정비소 시계점 안경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중에도 마이스터가 많다. 이들은 공식행사에서 대개 박사보다 상석에 앉는다. 사회분위기도 그들의 능력과 성실성을 우대한다.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상품은 세계 어디서나 최고의 품질로 통한다. 그 뒤에는 이같은 장인정신이 뒷받침하고 있다. 김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