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10대 청소년들에게서 극단의 도덕성 마비현상을 보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폭력이 근심의 대상인가 했더니 이번엔 고교생으로 보이는 10대들의 정사장면을 노골적으로 찍은 음란 비디오테이프가 충격을 주고 있다. 극히 일부의 탈선이라 해도 우리 10대들의 성(性)도덕을 알몸 그대로 보는 것 같아 두려움마저 인다. 우리가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가르쳤기에 10대 아이들이 이제는 부끄러움마저 상실할 정도가 되었는지 자탄에 앞서 입부터 다물어지지 않는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는 짧은 머리와 말투로 미루어 고교생으로 추정되는 10대 남자 2명과 여자 1명의 대담한 정사장면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저희들끼리 찍은 것인지 제작업자가 따로 있어 연출하며 만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테이프에 찍혀 있는 주인공들이 우리의 10대들이며 그들이 비디오카메라 앞에 거리낌없이 정사장면을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내면, 성의식의 도착(倒錯)상태가 우리를 숨막히게 한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에 민감하다.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용기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자 사회를 생동감있게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의 방향과 내용이다. 변화하되 인간의 품위, 사회의 상식있는 질서, 그 질서의 기본을 이루는 인륜과 도덕에 반하여서는 그것은 퇴행이자 타락일 수밖에 없다. 호기심이 무한한 10대는 힘도 뽐내보고 싶은 나이다. 그러나 피해 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조직적인 학교폭력은 범죄다. 장난삼아 강도와 성폭행을 했다고 경찰에서 태연하게 말하는 어느 부유층 아들들의 태도는 도덕성마비의 극치다. 같은 10대의 노골적인 정사장면을 돌려 보며 또 다른 10대들이 같은 불감증에 오염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10대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제작업자의 짓이라면 더더욱 끝까지 찾아내 엄중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