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신한국당 경선후보 합동연설회장인 부산 롯데호텔 3층 대회의장. 이날 대회장은 대의원과 각 후보들이 동원한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2천석이 넘는 좌석을 다 채우고도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볐다. 후보 7명이 연설하기에 앞서 閔寬植(민관식)선관위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입구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야, 안 비켜』 『안들여 보낼라몬 뭐할라꼬 연설회는 하노』 당 선관위소속 청년감시단원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며 모 후보의 지지자 10여명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자 거칠게 항의하는 소리였다. 민위원장은 마침 이때 『일부 후보가 관광버스로 지지자를 동원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자제해야…』라고 말하던 중이었다. 민위원장의 얼굴에 일순간 당황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단상에 앉아 있던 7명의 후보와 3천여명의 청중들도 일제히 입구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청년감시단원이 달려가 소란을 피우던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고 안으로 들여 보내 장내는 겨우 진정됐다. 이날 연설회에는 부산지역 선출직 대의원 7백35명을 포함, 모두 8백18명의 대의원보다 몇 배 많은 지지자가 몰려 들었다. 당의 한 선관위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커도 유분수지, 대의원보다 동원한 지지자 수가 서너배는 더 되는 것 같다』며 씁쓰레했다. 충남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힌 모 후보의 지지자는 『대의원들을 「상전대접」 해서 기분은 좋지만 솔직히 말해 지지자를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람은 『나도 억지로 왔다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밥도 한그릇 못얻어 먹고 먼저 돌아가야 한다』며 연설회가 끝나자마자 바삐 부산역으로 향했다. 〈부산〓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