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일산∼서울역을 오가는 신성교통 158번 도시형버스. 서울 시계를 벗어나면서 운전사가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계기판 속도가 80㎞를 가리키자 속도는 더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최고속도를 80㎞로 묶는 속도제한기가 가속페달에 부착돼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성교통은 지난 5월부터 2백대의 도시형버스와 좌석버스에 속도제한기를 부착,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속도제한기 한대당 가격이 35만원이므로 싸지 않지만 벌써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우선 눈에 띄는 효과는 과속을 원천적으로 방지, 사고발생이 줄었고 그에 따른 보험처리비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속도제한기를 부착하기 전 매일 3,4건씩 발생하던 교통사고가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적정운행속도를 지키므로 기름값도 적게들고 무리한 운행을 하지 않음에 따라 차량의 노후화도 방지된다. 물론 타이어 브레이크 라이닝 등 소모품의 사용기간도 늘었다. 신성교통 버스에는 또 하나의 비밀병기가 장착돼 있다. 운전석 좌측 상단에 부착돼 있는 감시카메라다. 출입문을 열거나 요금함에 손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이를 감지, 비디오로 현장이 녹화된다. 시행초기에는 운전사들이 『인권침해』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노사간 합의가 있었던데다 비디오를 점검해본 뒤 아무 문제가 없을 경우 회사측이 운전사에게 5천원을 「양심보너스」로 돌려주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운전사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운전사들과 「삥땅」시비를 벌이지 않게 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기기 설치 전보다 납입금이 늘어나 차고지 각 사무실에 자판기를 설치, 운전사들에게 무료로 국산차 커피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사 박모씨는 『운전사 불신을 상징하는 기계라 싫었지만 새 제도 시행에 따른 이익금이 돌아오자 반기는 분위기로 변했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