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1일 발표한 「전쟁도발대비 종합점검단」(가칭)의 설치계획을 둘러싼 정부내 혼선은 국가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간에 사전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 즉흥적으로 발표된 것도 문제지만 그 이후 총리실과 국방부 합참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도 볼썽사납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안보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합참은 종합점검단 설치계획을 발표한 당일 하루종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는 『총리실 산하에 종합점검단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기정사실처럼 발표했다가 오후에는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물러선데 이어 『총리실에 설치가 되지 않으면 국방부 자체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뺌했다. 국방부가 이렇게 오락가락한 것은 총리실측에서 『그런 기구를 설치할 계획이 없으며 사전협의조차 없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도 업무추진상의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黃長燁(황장엽)씨 기자회견 후 총리실에서 민관군 통합대비책 점검 필요성을 제기한 지침을 내려보냈고 高建(고건)총리와 金東鎭(김동진)국방장관간에 전화통화도 있었다』고 밝혔다. 총리실측에서 기구 설치와 관련한 명확한 지침은 없었지만 사전협의조차 없었다는 총리실의 전면부인은 부처간 도의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공식발표와는 달리 종합점검단 설치에 대한 군내부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황씨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해서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면 그동안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은 전혀 전시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허송세월 했느냐는 것이다. 지난 93년 「서울 불바다」 발언 때와 지난해 강릉 무장간첩 침투사건 때도 정부 각 부처에서 전력증강과 민관군 합동훈련 등 전시대비책을 점검했는데 매번 똑같은 조치가 반복돼야 하느냐는 반문이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비상기획위원회의 전시대비계획인 「충무계획」과 지난해 제정된 통합방위법에 따라 내실있는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지 새로운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은 전시(展示)행정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황유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