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유랑 중인 시인 안도현의 새 시집 「그리운 여우」가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왔다. 그는 3년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통해 전교조 해직교사로서 느낀 비애와 사랑, 노여움과 묵상을 담았다. 새 시집은 복직한 후 전북 장수군 산서고교에서 하숙 교사로서 보낸 사계와 자연이 특유의 짧은 시 속에 담겨 있다. 그 자연은 우람하거나 장엄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작고도 아름다운 미물들이다. 애기똥풀 버들치 제비꽃 여치 잠자리 냉이꽃 같은 것. 그는 이들을 통해 이 시대 작은 사람들의 독백을 들려주고 있다. 「제비야/너는 전세계약서도 없이/이 세상에 세 들어 사는구나/계약이란/발목을 여러 개 묶는 것/그게 상처 되는 것/놀부네 하늘 아래서도/다치지 않았구나」(제비집) 삼십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초기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와 같은 비장한 역사의식을 안으로 삭이고 세상 사는 인간으로서의 비애를 익살맞게 보여주기도 한다. 「문상 갈 때마다 나오는 삶은 돼지고기 몇점/…/돼지는, 삶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생각하며/내 인생의 가소로운 두께를 생각하며 씹어먹는/더러는 이빨 사이에도 끼는, 까닭없이 서러운 비곗살」(問喪) 그는 자연을 단순히 의인화시키지 않으며 자기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세상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 거기서 그는 삶의 위안을 얻는다. 안도현은 올 봄 전업 작가로 나서기 위해 정든 학교를 떠났다. 아마도 체념에서 나왔을 이번 시집의 넉넉한 긍정이 앞으로의 시세계에서 어떻게 고양될지 주목된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