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50분 강원 철원군 중동부전선 육군 백골부대가 맡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내 188 전방경계초소(GP).
장대비가 쏟아져 전방시계(視界)가 몹시 나빴지만 아군 초병들은 눈을 크게 뜨고 북한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대치하고 있는 북한군은 과거에도 종종 도발행위를 자행했던 북한군 25사단.
그때 소총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 병사 수명(나중에 14명으로 확인됨)이 우리쪽 GP에서 1.3㎞가량 떨어진 북측의 전방경계초소에서 나와 「전방추진철책」(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사이의 철책)을 넘는 모습이 감시장비에 잡혔다. 이들은 7분쯤 뒤 군사분계선(MDL)마저 넘어 슬금슬금 남쪽으로 70여m 가량을 내려왔다.
아군 초병들은 K2소총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교전규칙에 따라 8분간 계속해서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고한다. 경고한다. 너희들은 지금 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너희들의 행위는 엄중한 도발행위에 해당한다. 지금 즉시 복귀하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군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군 초병들은 오전 11시2분 역시 교전규칙에 따라 공중으로 2백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다른 때와는 달리 북한군은 돌아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기는 커녕 북측 561, 543 전방경계초소 군인들이 오전 11시5분 기습적으로 우리측 188, 189 GP를 정조준, 70∼80발가량 기관총을 난사했다.
아군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아군 초병들은 캘리버50기관총으로 적군을 향해70여발을응사했다.
콩볶는 듯한 총성이 잠시 멈추고 피말리는 정적이 흐르던 오전 11시21분. 갑자기 아군의 두 초소 부근에 비반충포(무반동포)로 추정되는 2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다행히 북한의 포공격은 188 GP 관측구(벙커구멍)와 지하벙커 입구를 부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것으로 북한군의 공격은 끝난 것은 아니었다. 4분뒤인 11시25분 북한군은 박격포탄으로 추정되는 포탄 10여발을 다시 아군측으로 발사했다. 이에 아군도 캘리버50 기관총과 57㎜ 무반동총 1발로 응사했다.
예상치 않았던 치열한 교전이 전례없이 긴 시간(23분간)동안 계속된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정적과 긴장이 흘렀다. 아군측은 오전 11시47분 경고방송을 다시 내보냈다. 서로 사격을 중지하자는 내용이었다. 낮 12시3분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던 북한군은 모두 북측으로 되돌아갔다.
낮 12시20분에는 북한측 561초소로 앰뷸런스 1대가 긴급 출동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