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의 니컬러스 번스 대변인은 한국비무장지대 군사충돌과 관련, 16일 뉴스브리핑을 하면서 색다른 표현을 썼다.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교전은 중화기가 동원될 만큼 격렬했는데 북한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 의도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특히 4자회담 예비회의가 내달 5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등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시점에 무력충돌이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북한에 경고가 섞인 강력한 우려의 뜻을 전달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4자회담 예비회담이 무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 또한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경색됐던 점을 감안,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미국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한국과 다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정부 관계자들이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과거에도 미측의 비중있는 인사가 방북을 하려고 하면 출발 직전에 반드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94년6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때도 이와 비슷한 도발이 있었다고 전하고 북한은 방북 고위인사에게 「우리는 아직도 건재하며 힘이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위험한 상태여서 이런 충돌이 생긴다」는 점을 사전에 「주입」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일 평양을 방문하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와 샘 넌 전 상원 군사위원장을 북한이 겨냥해 이런 도발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따라서 교전사건에도 불구하고 4자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의 적대행위는 전술적 차원의 순간적인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작업이 지체돼서도 안되고 지체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이 이날 『남북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미국은 94년12월 미군 헬기의 북한지역 추락, 95년4월 캄보디아 국경에서 적발됐던 북한의 위조 달러, 그리고 96년 봄 간헐적으로 계속됐던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진입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개선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처럼 미국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