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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상삼/밖에선 야단인데…눈먼 한국외교

입력 | 1997-07-17 20:48:00


중국을 방문중인 일본 자민당 가토 고이치(加藤紘一)간사장은 16일 중국의 고위 당정간부들과 만나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개정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북한이 걱정이다. 90%의 일본인은 가이드라인을 거론할 땐 북한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무슨 일이 벌어져 난민들이 38도선(휴전선)을 넘어 올 때 (한국에 있는) 일본인을 어떻게 구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 개정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이에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辦公廳) 曾慶紅(증경홍)주임이 나섰다. 『미일안보 적용범위에 동북아시아 대만해협 남지나(남중국)해가 포함된다는 주장이 있다. 중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관계로 안전보장의 범위가 어디까진지 주목하고 있다』 가토 간사장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증주임은 『그 발언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합에는 중국의 遲浩田(지호전)국방부장 唐家璇(당가선)외교부 부부장도 함께 나와 가토 간사장의 뜻을 재삼 확인했다. 결론은 가이드라인 개정은 한반도가 「타깃」이라는 것. 가이드라인 개정을 둘러싸고 중일 미중 미일이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이거나 외교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타깃」의 당사자격인 한국과 북한의 목소리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일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 부분중 유사법제 정비가 최우선 과제임을 거듭 천명해왔으며 올해 방위백서에도 이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캄보디아 사태를 빌미로 자위대기를 파견해 보고 한편에선 여당의 최고위급 간부는 한반도의 분쟁이 가이드라인 개정의 필연과 당위성의 최핵심임을 강조하며 외국을 누비고 있다. 가토 간사장의 말은 「중국 달래기」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꿀먹은 벙어리」격인 한국은 달랠 가치조차 없다는 말도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일 군사협력은 투명성 보장이 바탕이다」는 입장 뿐이다. 정당도 국민도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온나라가 정쟁에 휘말려 지새우고 외교는 방치된 사이 일본은 우리의 「문지방」을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윤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