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朴燦鍾(박찬종)후보가 17일 금품수수설 관련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키로 한 것은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에서 선택한 「최후의 카드」로 보인다. 즉 박후보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건의서를 제출하면서까지 검찰수사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행로를 택한 것 같다는 얘기다. 그 이면에는 김대통령에 대한 섭섭함과 실망감이 짙게 깔린 듯하다. 박후보는 사실 그동안 김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었다. 지난해 총선 때 의원직을 포기하면서까지 당과 김대통령에게 헌신했다고 생각하는 박후보는 현재의 상황을 「토사구팽」 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신이 보낸 서신내용을 일부 흘린 것도 박후보를 자극했다. 박후보는 金瑢泰(김용태)비서실장과 趙洪來(조홍래)정무수석을 향해 『나쁜 사람들』이라며 흥분했다. 박후보는 이 서신에서 상당한 강도로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후보는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고발장을 낼 생각은 없다』고 말해 극한대결은 피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박후보가 당장이라도 검찰에 출두, 고발하겠다는 태도를 취한 16일 밤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李會昌(이회창)후보측은 이날 당의 결속과 차질없는 전당대회 개최 등 대의를 강조하며 박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박후보가 김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만으로 이미 상황이 반전돼 더 이상 대응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후보측은 박후보의 「실탄」이 모두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후보측은 박후보가 자료제출을 실행한다면 정면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근거 없는 금품수수설을 검찰로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자신들을 흠집내고 더 나아가 경선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보는 것이 이후보측 시각이다. 아무튼 박후보가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는 순간 양 진영은 또다시 뜨거운 금품수수 진위 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