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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키드 북 포럼]「내가 커서 이 다음에」

입력 | 1997-07-19 07:25:00


『넌 이 다음에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니』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관심사는 비슷하다. 바로 앞에 서 있는 꼬마가 마음속에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넌지시 떠본다. 답변도 질문자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될 거예요』 『장군이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어른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때의 옹골찬 희망을 이룬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두산동아가 펴낸 「내가 커서 이 다음에」(전10권)는 동심 깊숙한 곳에 잠겨 있는 포부를 솔직 담백하게 어루만진다. 이야기 소재는 제목이 암시하듯 어린이들이 꿈꾸는 미래 직업상. 국내 정상급 동화작가와 아동그림 작가가팀을이뤄완성도높은창작그림동화집을꾸몄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직업은 다양하다. 구조대원 기차기관사 요리사 화가 디자이너 선장 건축가 우주비행사 간호사….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시대 추세를 반영한듯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도 등장한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미끄럼을 탄 은종이. 옷이 너무 더러워졌다. 『어떡하지. 엄마한테 또 혼나겠는걸』 살금살금 기어 들어가다 들킨다. 『아니 이게 웬 흙두더지야. 빨래를 해도 때가 지워지지 않잖아. 이젠 좀 얌전히 놀아라』. 옷을 빠는 엄마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아무리 놀아도 더러워지지 않는 옷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힘들게 빨래를 안해도 될 텐데…』 은종이는 디자이너가 돼 때가 묻지않는 「기적의 옷」을 만들어 내는 공상에 빠져든다. 친구들도 모두 독특한 사연을 갖고 미래의 자화상을 그린다. 공주님 구출게임에 재미를 붙인 회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과학관에 견학을 간 다빈이는 별나라에 꽃을 심는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특징은 글의 내용에 따라 활자를 파격적으로 키우거나 줄여 5∼7세의 독자가 지루해 할 여지를 줄였다는 점. 삽화도 확대 축소 변형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 익살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순수 창작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등장인물의 말투나 생활상이 우리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내가 커서…」의 장점으로 꼽힌다. 각권 5,500원. 〈박원재기자〉 ▼ 전문가 의견 그림동화작가 강우현씨는 『우리의 어른이 우리의 어린이에게 우리의 직업을 소개토록 한 기획의도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강씨는 『크레파스 색연필 그림물감등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재료를 써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이끌어냈다』며 『자유로운 구성을 채택한 그림의 스타일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라고 칭찬했다. 문학평론가 최지훈씨는 『소재선택 과정에서 권력지향적인 직종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점에 호감이 간다』며 『농업이나 조국통일과 관련된 직업이 포함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최씨는 또 『대부분의 그림은 신선하고 아름다웠지만 몇몇 장면은 지나치게 첨단적인 예술성을 발휘하려 한 탓에 다소 낯설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권기숙씨는 『아이들이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희망을 실제직업과 연결해 일의 소중함을 전한 책』이라며 『그러나 이야기가 하나의 줄기를 이루지 못한채 다소 산만하게 전개된 점이 거슬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