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앞서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고 있는 진로와 대농그룹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금융계의 관심이 크다. 대농그룹보다 한 달 먼저 협약적용을 받은 진로그룹은 오는 27일 1차 채권유예기간이 끝나게 돼 채권은행단의 2차 대표자회의(25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석달여 사이 부동산 네건을 매각했고 이달말까지 일부 사업권과 부동산을 매각해 6천억원 정도를 조달할 예정. 진로그룹에 대한 실사를 한 전문신용평가기관들은 「㈜진로는 채권은행단의 추가자금지원과 채권유예 등 일정한 뒷받침만 있으면 회생가능성이 크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오는 22일경 채권은행단에 낼 예정이다. 진로그룹 관계자는 『주식포기각서와 주식실물 제출 등을 포함해 원칙적으로 이번 대표자회의의 결정에 따르되 최소한 연말까지 채권유예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농그룹. 진로보다 한달 더 여유가 있으나 협약적용 신청 전에 주력 계열사인 미도파와 대농의 대주주 소유주식을 담보로 빚을 끌어썼거나 상당분을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달 27일까지인 1차 채권유예기간까지는 주식실물을 은행에 건네줘야 채권기간 연장과 추가대출 등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것.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은 『주식실물을 제시하라는 은행단 요구에 「이미 각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혔다」고 해 대신 담보제공확인서를 받았으나 상당량의 주식이 간 곳이 없다』고 전했다. 대농그룹 관계자는 『협약적용 신청 전에 대주주의 소유주식을 담보로 여러 곳에서 대출받아 주식 실물이 회사 내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단은 대농그룹이 미도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려고 1천2백88억5천만원의 급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담보로 내놓거나 일부를 아예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은행 李東晩(이동만)상무는 『다음달 2차 대표자회의에서 대농그룹 4개 계열사의 처리방향과 관련해 주식실물 행방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농그룹은 지난 두달 사이 금융권의 추가대출 없이 11개 계열사와 일부 부동산을 매각해 1천8백94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썼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