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에서 한국은 많은 사람의 관심대상이 됐다. 한국대사도 바쁜 자리가 됐다.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롤스로이스 같은 세계 굴지기업의 대표나 파이낸셜 타임스 같은 언론재벌의 총수 등이 몇달 전부터 점심약속을 해온다. 세계금융계를 주름잡는 저명 금융인들도 만나고 싶어한다. 중요행사 때에는 한국대사와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배정해달라고 주최측에 부탁하는 일도 있다. ▼ 줄잇는 외국기업 투자 ▼ 이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한국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이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에만도 LG 현대 한라가 잇달아 기공식이나 준공식을 가졌다. 한라의 건설장비공장 준공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부군과 함께 참석했다. LG의 복합전자단지 기공식에는 대사가 존 메이저 당시 총리와 함께 첫 삽을 뜨는 장면이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 권위지의 1면과 인기있는 대중주간지 표지에 실렸다. 1백명의 고용창출만 이뤄져도 기사화되는데 한국기업들은 유럽연합(EU)전체에서도 외국투자규모 1,2위를 차지하고 4천∼6천명씩의 고용을 창출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한국의 대규모 투자가 영국으로 몰리는 것은 웬일일까. 그 이유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는 영국의 적극적 노력과 신뢰할만한 정책, 거의 완전한 자유개방체제, 유연한 노동시장과 견실한 경제발전전망 등이라고 우리 투자기업들은 말한다. 영국경제는 80년대초까지도 중증(重症)의 「영국병」을 앓았다. 그 기본 증세는 노조의 지나친 집단이익추구에 따른 경제침체와 실업률증가였다. 이런 증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79년 「불만의 겨울」에는 노사분규가 연간 3만건에 달했다(96년에는 2백44건). 그러나 「불만의 겨울」뒤에 집권한 마거릿 대처총리는 이런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과감하고도 꾸준한 개혁을 단행했다. 특히 클로즈드 숍과 2차 파업의 금지, 최저임금제 폐지, 불법파업 피해에 대한 노조의 배상책임제 도입, 파업결정을 포함한 노조의 중요활동에 대한 모든 노조원의 비밀 우편투표제 의무화, 정리해고조건 완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고 탄력성있게 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경제는 다시 성장했고 외국기업의 투자증가로 고용창출이 꾸준히 이뤄져 이제는 실업률이 독일과 프랑스의 절반도 안되는 6%이하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노동당이 18년만에 정권에 복귀했다. 이는 노동당이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제약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임을 공약하는 한편 시장 자유기능의 극대화와 규제철폐, 경제의 완전개방 등 보수당정권의 기본이념을 계승하는 「신 노동당」의 기치를 든 토니 블레어의 과감한 개혁정책을 국민들이 높이 산 결과였다. ▼ 과감한 변신이 원동력 ▼ 블레어총리는 60,70년대에 노동당정부를 이끈 윌슨과 캘러헌총리 등이 전통적인 사회주의이념을 바탕으로 추진했던 「사회계약에 의한 복지」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 이런 「구 노동당」과 획을 긋는 과감한 변신을 했다. 이것이 정권탈환의 원동력이 됐다. 블레어정부는 이달초의 첫번째 예산교서를 통해서도 기업세금경감(서구 선진국중 최저)과 사회복지비용긴축 등 보수당보다 더 보수적인 경제운용방침을 내놓았다. 이는 영국 노동당에 뒤이어 정권에 복귀한 프랑스 사회당이 아직도 전통적 사회주의이념을 고집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영국경제의 성장과 우리기업의 대영(對英)투자증대는 「韓英(한영)만남」2백주년인 금년에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킬 것이다. 최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