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19일 기아자동차의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이곳의 기아부품업체 자금담당 직원들은 오전 일찍부터 자리를 비웠다. 주거래은행에 들러 기아어음 할인을 졸라보고 지원책을 발표한 도청 등에서 지원자금을 한푼이라도 얻어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후에 회사로 돌아온 이들이 푸념 섞어 내뱉은 말은 한결같다. 『은행 창구에서는 아직 본점지침을 받지못했다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신용보증기금의 특례요건도 까다로워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화물적재함을 기아자동차에만 전량납품하는 서울차량공업의 자금담당자는 『한보 진로 등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방침을 믿고 은행에 찾아갔다가 허탕쳤다』며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이 업체는 지난 3월부터 종금사로부터 「기아 1차벤더」라는 이유만으로 자금회수 압력을 받아 5월과 6월에만 40억원을 갚아야 했다. 남은 66억원은 1주일 단위로 연장받았는데 이번 사태 이후 회수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또 기아로부터 받은 어음 26억9천만원이 전혀 할인되지 않는 상황인데 31일 하청업체와 원자재업체 등에 자체 발행한 어음 30억원이 돌아온다. 기아어음을 할인하지 못하면 갚아줄 방법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휠을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에 공급하는 서울차륜도 이달말에 25억원의 자체발행어음 만기가 돌아오지만 기아어음할인이 안되고 아시아자동차의 물품대금은 아직 받지도 못한 상태다. 제일은행측이 아시아측에서 물품대금으로 지급할 3백80억원의 어음장을 교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트공급업체인 대원산업의 자금담당자 羅鳳鎬(나봉호)씨는 『다음주부터 이달말까지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어음교환이 돌아오는데 현재처럼 어음할인이 안되면 연쇄도산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대우 등에도 납품하는 복수납품업체들은 자동차업체의 지원방침에 따라 즉각 이들 업체에 긴급자금요청을 한 상태. 에어컨공급업체인 두원공조는 이달말 만기가 돌아오는 자체 발행어음 1백20억원을 막기 위해 현대측에 8,9월 물품대금 1백억원을 미리 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사 鄭宰東(정재동)자금부장은 『복수납품 협력업체들은 한달은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상황이 더 지속되면 현대 대우 등도 자금지원이 힘들 것』이라며 『결국 자동차업계 전체적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