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기아대책은 9천여개에 달하는 관련 협력업체의 구제와 제일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아그룹은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두달동안 채권은행단이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등 별 문제가 없지만 관련 협력업체는 정부지원 없이는 연쇄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아관련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은 현대 대우 등 다른 자동차회사에도 부품공급 중단사태를 불러오게 되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청업체의 진성어음을 금융기관이 결제하도록 적극적인 창구지도를 하고 금융기관에 국고여유자금의 예치 등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기아 협력업체의 신용보증규모가 업체당 6천만원 수준이어서 이번 조치로 운영자금 조달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재정경제원의 전망. 재경원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조치로 모든 협력업체를 구제할 수 없다』며 『부실한 협력업체에까지 자금지원을 하도록 금융기관에 강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지못해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제일은행이 요구하는 한은특융 등은 좀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 서울은행과의 형평성 문제에다 특혜시비가 얽혀 있어 제일은행이 부도날 정도가 아닌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아 처리방향과 관련한 재경원의 공식입장은 21일의 주요 금융기관회의와 30일의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제일은행이 엄청난 부실여신 탓에 기아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결국 재경원의 판단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경원 내에서는 고위관계자와 실무자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기아처리가 미궁을 헤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고위 당국자는 삼자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금융실 실무자들은 『기아그룹 부도는 국내외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기아살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