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 해리스 지음/민음사 펴냄)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유행가 가사처럼 무심코 흥얼거리고 마는 물음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늘 수수께끼로 되물어지곤 한다. 또 지금은 삶의 안팎이 현기증을 자아낼 만큼 급변하는 세기말이 아니던가. 예상하지 않았던 변화들이 넘쳐나는 시대는 불안을 낳고 급기야 인류가 살아남을 가망이 있는지 의문마저 일으킨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은 썩 안성맞춤이다. 전환기일수록 비교문화적이고 범지구적인 안목이 필요한데 저자 마빈 해리스는 오늘의 인간을 하나의 생물, 종으로 파악하면서 그 생존의 비밀을 추적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땅 위를 두 발로 돌아다니던 최초의 직립 인간이다. 그는 언어를 습득하고 문화를 형성하기 전에 「직립」이라는 자연 선택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인간 본성이란 대개 자연 선택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다. 한편 자연 선택과 나란히 인류는 장구한 기간 나름의 선택 원리를 가지고 진화를 거듭하였다. 이를 가리켜 「문화적 선택」이라 부른다. 우리가 동굴이 아닌 아파트에서 살고 야생마보다는 사육 동물을 즐겨 먹고 끌과 석판 대신 퍼스널컴퓨터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 선택보다는 문화적 선택의 결과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저자는 인간의 미래가 자연 선택의 속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리라고 전망한다. 인간 역사의 드라마가 해발 0∼1천4백피트 사이에서 펼쳐진 것은 산소에 대한 필요 때문이며 식욕 또한 2백만년 동안 형성된 사실로 단순히 먹는 능력만이 아니라 과식하는 능력도 자연 선택의 소산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던 인간이 지금의 엄청난 문명을 건설하게 된 경위를 헤아리는 것과 함께 아직도 인간이 문화적 진화의 경로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작은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작은 인간이야말로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문화적 선택」이 아닐까.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할때 비로소 인류는 살아남을 수있으리라. 김성기(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