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원망치 말고 극락왕생 하시길…」. 지난 2월 경기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임진강 주변에서 독극물이 든 먹이를 먹고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던 천연기념물 독수리 29마리의 영혼을 위로하는 축생천도제(畜生薦度祭)가 이달말 열린다. 22일 한국조류보호협회(회장 金成萬·김성만)에 따르면 독수리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시민들에게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장마가 끝난 뒤 이달말경 좋은 날을 택해 죽은 독수리들을 임진강가에서 화장하고 천도제를 지낼 예정이다. 천도제는 불교의식의 하나로 불당에서 제를 올려 죽은이의 명복을 빌며 영혼들로 하여금 정토나 천계에서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법식. 천도제는 북한산 문수사 능화스님이 주재할 예정이다. 조류보호협회는 독수리 표피는 전시용 교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박제로 만들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을 화장, 천도제를 지낸 후 임진강가에 뿌리게 된다. 조류보호협회가 화장을 추진한 데는 독수리들을 그냥 땅에 묻을 경우 독수리 체내에 든 독극물이 생태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 했다. 독수리 몸무게는 마리당 10∼12㎏으로 29마리는 3백㎏에 이르러 그냥 태우기도 쉽지 않아 벽제화장터에 화장을 문의했으나 『동물화장은 전례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임진강가에서 일종의 「다비식」을 갖기로 한 것. 독수리 박제는 덕수궁내 문화재관리국 홀에서 전시된 뒤 「독수리는 군의 상징」이라며 간곡히 요청해온 공군과 국립중앙과학관 서울과학관 등에도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 2월 떼죽음을 이기고 살아남은 독수리 2마리는 건강을 회복한 뒤 지난 3월 강원도 철원에서 방생됐다. 〈박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