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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조인성/북한억류 국군생존자 송환 나서라

입력 | 1997-07-23 07:39:00


반세기 전의 6.25전쟁 때 현역군인이나 경찰관으로 나라와 겨레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의 자녀인 전쟁고아들. 이들은 당시 유복자였거나 어머니의 사망 또는 개가로 가정이 파산돼 헐벗고 굶주리는 속에서 사회의 밑바닥을 떠돌며 살아 왔다. 61년 군사원호법이 시행되면서 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1차 권리자로 유족등록을 했지만 국가경제가 빈곤해 보상이라고 해야 쌀 몇가마가 전부였다. 그나마 20세 성년이 되면서 자립능력이 생겼다고 유족등록에서 제적됐다. 어머니나 조부모가 있으면 유족이고 아무도 없는 천애고아는 유족이 아니라니 이야말로 정부가 전쟁고아들을 헌신짝 버리듯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릇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유공자들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될진대 마땅히 국가는 그분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유족들에게 응분의 예우를 해야 도리가 아니겠는가. 84년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다행히 유족으로 다시 부활되기는 했다. 하지만 전사자의 배우자와 부모에 대해서는 평생동안 보상하면서도 혈육인 전쟁고아들 만큼은 성년이 됐다고 연금수급대상에서 제외한다니 이는 헌법에 명시한 평등권의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94년 10월 포로생활 43년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돌아온 사자」 조창호씨는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었다. 「저승에서 온 서신」이라며 어느 미망인에게 6.25전쟁 당시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남편으로부터 온 편지를 전달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6.25 당시 전쟁포로는 8만명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아직도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이 중 2만여명은 생존해 있으리라는 얘기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전쟁고아들은 아버지 제사를 지내면서도 정말로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북한에서 비인간적인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의아심을 갖게 됐다. 정부는 북한에 쌀만 보낼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군포로로 억류된 아버지들에 대한 생존여부를 확인하고 생존자가 있다면 송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6.25전쟁 당시 육탄을 방패삼아 국토를 지킨 이들이야말로 오늘의 번영을 이룩하는 바탕을 마련한 조국의 수호신들이다. 그러나 유자녀인 전쟁고아들은 이런 아버지가 훈장 하나 추서받지 못하는 한을 50년이나 삭이며 살아 왔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자랑스런 호국영령들에게 상훈법률에 의한 무공훈장을 추서해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 조인성(6.25 전몰군경 유자녀회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