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청 계약계장 한모씨(44)가 업자와 짜고 저지른 입찰비리는 『관급공사입찰에서 더이상의 부정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정부의 새 입찰방식을 무색케 했다. 현재 일선 시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사입찰방식은 공사예비가격 10개중 3개를 뽑아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 1백20가지 낙찰예정가를 미리 공개, 업자들이 이중 한개를 고르도록 한 뒤 현장에서 뽑기를 통해 낙찰가를 결정하는 방식. 현장에서 공사예비가격 10가지 가운데 업자들이 3개를 임의로 뽑아 합산, 평균한 금액의 90%를 기준금액으로 정해 그 이상의 액수중 최저금액을 써낸 업자가 낙찰받도록 하고 있다. 한씨는 K종합건설에서 1천8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현장에서 뽑기과정을 통해 낙찰가를 조작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입찰현장에 평균 20∼30명밖에 오지 않는 점을 악용, K종합건설과 이 회사에 우호적인 회사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뽑기를 하도록 했다. 이들은 공사예비가격이 적힌 10개의 봉투중 약속한 순서에 따라 진열된 봉투 3개를 골랐다. 입찰현장에서 봉투가 섞일 것에 대비, 야바위꾼들이 정해진 패를 고를 때 하는 식의 봉투고르기 실습까지 한뒤 현장에 투입된다. 입찰결과 K종합건설은 낙찰예정가를 정확히 맞혔었지만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2백군데가 넘기 때문에 낙찰예정가를 맞힌 업체가 3군데나 더 있어 바로 낙찰받지는 못했다. 2차 입찰과정은 「×」표가 들어있는 봉투 3개와 「」표가 들어있는 하나를 섞어서 「」표를 뽑은 업주가 최종낙찰 받는다. 이 과정에서도 한씨는 K종합건설측에 「」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미리 알려줘 최종낙찰자로 결정되게 했다. 검찰은 한씨의 부정입찰방식을 검찰공보에 자세히 실어 검찰이 관급공사부정입찰 수사에 참고하도록 하는 한편 각 시군구청에도 공문을 보내 입찰과정에서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공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