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지성이 숨쉬던 공간을 우리가 이어 나가자」. 고려대 앞의 유일한 사회과학서점인 「장백서점」이 서울지하철 6호선 안암역 공사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자 고려대생들이 맥잇기운동에 나섰다. 지난 85년 문을 연 장백서점은 지금까지 값싼 건물임대료 및 보증금 덕택에 근근이 유지해 왔으나 지하철공사로 이전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새 공간에 입주할 능력을 상실한 것. 장백서점은 대학가 사회과학서점들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이념의 퇴조와 소비 향락문화 번성에 밀려나 자생적 활로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 서점이 지금까지 버텨 온 것도 건물주가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준 덕분. 고려대생들은 지난 4월 장백서점 조합을 결성, 지금까지 2천만원을 모금했다. 그러나 학교주변의 땅값과 건물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이보다 5배는 더 기금을 모아야 서점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 고려대 총학생회측의 설명. 장백서점의 오랜 단골인 姜萬吉(강만길) 崔章集(최장집)교수 등도 『틈틈이 서점에서 학생들과 토론회를 열거나 술잔을 기울이던 풍경을 더 이상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며 지원대책 마련에 동참하고 있다. 金龍雲(김용운)장백서점 사장은 『고려대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토대로 어떻게 해서든지 서점의 명맥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맞수 연세대생들이 지난해 학교 앞 서점인 「오늘의 책」을 살려낸 것처럼 올해에는 고려대생들이 장백서점을 살려내기 위해 복더위를 잊고 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