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의 대통령후보가 확정됨으로써 본격 개막된 대선정국의 이슈중 핵심적 관심사의 하나는 이른바 「권력구조론」이다. 바로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의 「역할분담론」, 金大中(김대중·DJ)국민회의총재의 「권력균점론」, 金鍾泌(김종필·JP)자민련총재의 「내각제개헌론」 등이다. 이들 3당 후보가 주장하는 권력구조론은 모두 대통령제하의 권력집중에 따른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하고 있어 그 기본적 취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대표는 헌법을 손대지 않고 현행 헌법하에서 운용의 묘를 기하자는 것이고 두 김총재는 헌법을 고쳐 권력분산을 명문화하자는 것이어서 접근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권력구조론을 제기한 배경도 다르다. 이대표의 역할분담론은 기본적으로 「당내용(黨內用)」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선탈락 후보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이력이 짧아 독자적인 세를 구축하지 못한 이대표의 집권 후 포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의 역할분담론은 입법 사법 행정 3부간의 실질적 균형을 골자로 한다. 이대표는 이를 위해 국무총리가 각료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의장과 원내총무 등 주요 국회직이나 당직 인선을 임명방식에서 민주적인 선출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주장이다. 또 당내 민주화를 위해 당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부총재제도 도입하겠다는 것이 이대표의 뜻이다. 이대표의 역할분담론은 현행 헌법하의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살리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선거에 대비, 경선후유증을 극복하고 당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인 이대표는 역할분담론을 내걸고 경선탈락 후보들을 껴안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역할분담론은 제도적으로 담보할 방법이 없이 집권자의 약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당내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DJ의 권력균점론은 대선승리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JP와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이른바 「공동집권론」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 중 차기정권 전반 2년반 동안 대통령을 지내는 쪽은 후반 2년반 동안은 총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집권전반기는 대통령제로, 집권후반기는 내각책임제로 운영하되 교대로 집권하자는 구상이다. 물론 집권 전반기를 책임질 대통령은 자신(DJ)을 전제로 한 것이다. DJ의 권력균점론도 궁극적으로 내각제개헌을 상정한 것이나 내각제개헌은 수단이고 DJ로의 후보단일화가 목적이다. DJ는 후보단일화와 내각제 협상을 한꺼번에, 또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짓고 싶어한다. 후보단일화로 조기에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잡자는 의도에서다. 반면 JP는 내각제개헌 합의를 전제로 후보단일화 협상을 진행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내각제개헌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전제된 뒤 본격적인 후보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JP는 후보단일화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대선 직전에 후보단일화가 성사돼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DJ와 JP의 내각제 발상에는 차이가 있으나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당면목표가 둘 사이의 이견을 점차 좁혀가는 분위기다. 특히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로 JP와 지역기반(충청권)이 같은 이대표가 선출된 뒤 JP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DJ의 자세는 더욱 적극성을 띠고 있다. 권력균점론의 제기도 같은 맥락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