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신문에 조그맣게 실린 농촌관련 기사를 읽고 실소와 함께 농어촌의 허상을 보는 듯해 가슴이 저며옴을 느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직업여성들의 나이를 40세이상으로 제한하고 젊은 여성들은 농촌총각과 결혼하게 하자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관계기관에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허망한 얘깃거리인지라 가뜩이나 우울한 농촌총각들을 우롱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국민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기초산업인이요, 국민의 식생활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의 믿음직한 총각들. 이들과 결혼하려는 여성이 나라 안에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접하면 우리의 농어촌이 머지않아 「총각양로원」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신바람나는 농어촌, 돌아오는 농어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쓰러진 농가와 폐허로 변해 을씨년스런 학교건물이 늘어만가고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십고개를 넘나드는 총각어른들의 인권선언 「농민도 사람이다 장가 좀 가자」. 강원도 정선의 어느 마을 어귀에 걸려 있던 「역사적」인 현수막을 기억하는가. 막노동을 하더라도 도시에 살아야만 결혼할 수 있다는 소문을 따라 조상대대로 지켜왔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 서울로 서울로 「탈출」해야만 했던 가슴아픈 사연을 그저 세상탓으로 돌리며 비웃지나 않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40여만명의 농어촌 총각들이 결혼적령기를 넘겨 자포자기 상태에 있고 그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신토불이를 외치면서도 정작 결혼상대자를 「수입」하기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등 이국을 찾아헤매는 사정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차제에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처녀들을 데려와 결혼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지 제안해본다. 지구촌 무한경쟁시대의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농어촌특별세를 신설, 매년 1조5천억원 가량의 생활개선자금과 복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특례입학제와 농어민연금제실시 등 다양한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귀농인구도 점차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귀농상담실을 신설하는 등 폭넓은 시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농촌총각들의 결혼에 대한 대안이나 언급은 전혀 없고 이들의 문제를 상담해줄 관련부서조차도 없다. 나종근(한국 농어촌 복지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