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104〉 붉은 수염의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은 임금님께서 판단하실 일이겠지요. 그러나 이 나라의 가장 오래 된 경전에는 분명히 그 귀인은 향기로운 배를 타고 내려올 것이고, 그 배에는 세상에서도 다시 없이 진귀한 보석들이 가득할 것인데, 정작 그 귀인은 오랜 뱃길에 지칠대로 지친 몸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그분 자신은 워낙 겸손하여 스스로를 부인한다고 되어 있답니다』 나는 듣고 있기가 거북스러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나는 아니군요. 나는 향기로운 배가 아닌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뗏목을 타고 왔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붉은 수염의 사내는 다시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뗏목을 이루고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모르십니까? 이것은 세상에서도 다시 없이 귀한 침향나무랍니다. 이 나무가 얼마나 향기로운가 하는 걸 당신은 모르십니까?』 듣고 있던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상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전에는 이런 말도 나와 있답니다. 지친 몸을 하고 당도한 귀인께서는 우리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방 언어로 말할 것인데 그때 우리들 중에 붉은 수염을 가진 자가 그분의 말을 알아듣고 그 뜻을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라는 말 말입니다』 듣고 있던 나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상대를 쳐다보았습니다. 붉은 수염의 사내는 수줍어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바로 붉은 수염을 가진 자이지요. 이 나라에서는 붉은 수염을 가진 사람은 귀인의 말을 전해줄 사람이라고 하여 예로부터 특별히 존경을 받아 왔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더 이상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붉은 수염의 사내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자석산에서부터 내려오실 귀인을 고대했던 옛시인들도 이런 노래를 불렀답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신비의 영산(靈山), 그 구름 속에서 향기로운 배 띄우고 임이여 내려오소서! 눈부신 보석들로 가득한 임의 배는 돛대도 삿대도 없이 굽이굽이 어둠의 물길을 따라 마침내 이 땅에 당도하시리. 오랜 뱃길에 지치신 임은 창백한 이마로 뱃전에 기대어 앉아 계시니, 어리석도다! 그대 백성들은 미처 그분을 알아보지도 못하네. 오! 붉은 수염의 착한 농부가 아니었다면, 누구라서 고귀한 그분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나 있으리요? 마침내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고 다투어 그분께 꽃을 바치네 오! 일곱 선녀를 잉태시켜 일곱 현자를 낳게 하시니, 당신이 오시는 날 태양은 더욱 찬란하고, 숲 속의 모든 새들도 기쁨의 노래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