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역 폴 포트(69세 추정)가 18년만에 서방언론에 목격됐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의 네이트 테이어기자는 지난 6월중순 크메르루주에 붙잡혀 지난 25일 재판받는 폴 포트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의 취재기와 사진은 다음달 8일자에 게재될 예정이다. 다음은 그의 목격담.》 25일 캄보디아 북부 안롱벤의 크메르루주 근거지. 폴 포트는 크메르루주가 라나리드 제1총리측과 평화협상을 벌이던 지난 6월초 협상을 막기 위해 손 센 전국방장관과 그의 가족을 살해하고 달아나다 붙잡혀 한때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던 부하들로부터 재판을 받고 있었다. 헐렁한 검은 바지에 회색 셔츠를 입은 백발의 폴 포트가 자신의 부하 3명과 함께 고개를 떨군 채 앉아있었다. 목에는 푸른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병에 시달리고 있는듯 초췌해 보였다. 주위에는 크메르루주 게릴라대원과 민병대 등 5백여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중에는 한쪽 팔이나 다리 또는 한쪽 눈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죽여라. 죽여라. 폴 포트와 그의 일당을』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7명의 크메르루주 지도자들이 차례로 나와 「손 센 전장관을 죽여 화해분위기를 망쳤다」 「조직의 돈도 훔쳤다」는 등 그를 단죄했다. 그들은 『이제 폴 포트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자신에 대한 「과거 충성스런 부하들의」 비난이 계속되는 동안 묵묵히 듣고만 있던 폴 포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으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윽고 폴 포트 등 4명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폴 포트는 부축을 받으며 대나무지팡이를 짚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지난 75년부터 79년까지 캄보디아에서 「농민천국」을 구현한다며 2백만명 이상의 주민을 살해, 킬링필드 광풍을 몰고온 폴 포트는 정부군과의 마지막 협상마저도 거부하다 결국은 자신의 부하들에 의해 감금당한 채 비참한 인생을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