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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 진퇴양난…지도체제 개편 주도권싸움 조짐

입력 | 1997-07-29 20:25:00


신한국당은 요즘 「외우(外憂)」보다는 「내환(內患)」으로 사정이 더 복잡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후보 선출 후 「당연한」 수순인 총재직이양과 개각 및 당직개편 등 내부 정비를 위한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특히 개각 및 당직개편은 일거에 「실세(實勢)」로 부상한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내 각 파벌간 주도권 다툼의 불씨가 되는 느낌이다. 이대표측과 「반(反) 이대표」 그룹인 비주류간의 당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회창후보 만들기」의 최대공신으로 꼽히는 金潤煥(김윤환)고문이 28일 『총재직을 이양하지 않고 개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개각시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복수부총재제 등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도 이같은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 8월초로 예정된 개각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김고문의 주장이다. 또 9월말이나 10월초로 예정된 총재직 이양시기도 정기국회 이전인 9월초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김고문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개각 후에도 총재직을 계속 보유하면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새 내각의 중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야당측이 이를 강력히 문제삼을 경우 대선전에 한차례 더 개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대표가 대선에 대비해 당정 등 여권을 확실히 장악하려면 조기개각을 통해 여당 대통령후보로서의 「힘」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개각보다는 당직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주류내 각 파벌간에 주도권 장악을 둘러싸고 분열조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대표의 「친정(親政)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당직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체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대표는 비주류를 폭넓게 껴안기 위해 복수부총재제 도입 검토의사를 밝혔으나 자신들이 직접 당운영의 전면에 나서기를 원하는 일부 「공신그룹」은 난색을 표한다. 선대위 구성문제가 난항을 겪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선탈락후보들은 그들 나름대로 「격(格)」에 맞지 않는 자리에 불만을 갖고 있고 공신그룹은 또 그들 나름대로 적절한 보상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은 청와대나 당이 이미 방향을 결정한 「8월초 개각, 9월말이나 10월초 총재직 이양 및 당직개편」의 테두리에서 큰 틀이 잡힐 것으로 보이나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대표도 29일 청와대측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문제는 이대표의 결단을 요하는 사안이다. 자칫 당내 비주류 껴안기도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김대통령과의 관계도 미묘하게 뒤틀릴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표가 김고문의 「원모(遠謀)」에 수긍하고 김대통령을 설득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권(全權)」을 요구할 경우 그만큼 부담도 커진다는 게 이대표의 고민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