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은 기초연구를 곧바로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1세기에는 생화학과 컴퓨터가 가장 각광받는 산업분야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부설 고등과학원이 주최한 제1회 생물분과위원회 특별강연을 위해 내한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물학과 피터 김교수(39)는 기초과학이 열악한 한국에 가장 적합한 미래 투자대상으로 생명과학 분야를 꼽았다. 김교수는 올해 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을 발표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HIV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GP41)이 정상세포와 융합하면서 감염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 표면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 『GP41 단백질 구조 한 부분에 깊은 공간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공간은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공략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코넬대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교수는 이미 30대 초반부터 세계 생명과학 분야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미국의 학술원상(93년) 미국화학회의 엘라이 릴리상(94년) 미국 단백질학회의 듀퐁머크상(〃)을 수상, 그의 논문 하나하나가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39세의 나이에 미국 과학기술자의 최고 영예인 미국학술원의 정회원으로 뽑혔다. 『초등학교 때 한국학생들은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우수한 두뇌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교포2세인 김교수는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는 게 마음 아프다는 표정이다. 김교수는 『세계 각국이 생명과학 연구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한편 고등과학원은 김교수와 金聖浩(김성호·UC버클리대) 데니스 최교수(워싱턴대 의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미 과학자 3명을 포함, 모두 7명으로 생물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의 생명과학 발전을 모색할 계획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