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겨레의 정신적 원형(原型) 고구려. 그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이 벽화에 실려 전세계인 앞에 당당히 선다. 고구려벽화 사진을 전시하는 「대고구려 대영박물관전」. 동아일보 주최, 고구려문화예술연구회 ㈜예당 공동주관으로 8월14일부터 11월16일까지 영국 대영박물관 1층 킹스 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중국 길림성 집안지역의 장천1호분 무용총 각저총 삼실총 사신총 오회분4,5호묘, 북한지역의 강서대묘 안악1,3호분 진파리 덕화리 덕흥리 약수리고분 등 고구려고분 14기의 벽화 사진 2백여점을 비롯, 실물크기로 재현한 오회분4호묘와 고구려 성(城)사진 10여점, 고구려의 영토지도 및 연표 등이 전시된다. 지금까지의 고구려벽화전시회중 최대규모. 이에 앞서 30일 오후7시 서울 힐튼호텔에서는 전시회를 기념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고구려문화 전야제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선 고구려벽화 슬라이드 등 관련 비디오를 상영하고 고구려 다도(茶道)와 무예 「금정무(金井武)」, 고구려무용을 재현한다. 또한 한국화가 강찬모화백이 모사한 오회분4호묘 벽화 점안식도 거행될 예정. 「대고구려 대영박물관전」은 서구에서 열리는 첫 고구려벽화 전시회다. 아울러 지난 10일 한국실을 개관한 대영박물관에서 벽화전시회가 열림으로써 세계 최대 박물관을 찾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의 높은 수준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최측은 『최근 도굴과 침수등 관리소홀로 심각하게 훼손되어가는 고구려벽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유도, 그것들을 보존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세계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고구려벽화의 탁월함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훼손 실태를 제대로 알려 벽화 보존을 위한 국제적 여론을 고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점 심각해져가는 벽화 훼손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정부도 강건너 불처럼 쳐다볼 뿐이고, 자금 기술부족에 허덕이는 중국과 북한이 보존하도록 기대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가 고구려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광표기자〉